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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28(월) 우리는 사랑일까2

언제부턴가 책을 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렸을때는 책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해서(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다 만화책이긴 했다. 하지만 코믹북이 아니라 교양을 기를수 있는 내용을 만화로 만든 책들이었다)시간이 날때마다 책을 빼들고 읽곤 했다.

내 기억에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안경을 끼기 시작했던것 같다. 시력 저하의 원인은 아마 '어두운 곳에서 책을 봐서'라고 예상되곤 한다. 여튼 책을 정말 많이 봤다.

그렇게 책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내가 좀 자라서 중학교, 고등학교땐 공부하느라고 한가롭게 책이나 읽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었고(자습서들 말구) 대학교 때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주로 그시간에 컴퓨터를...-_- 하고 있어서 책을 거의 아니, 안 읽었다고 봐야겠다.

결국 점점 자라면서 책을 안 읽게 되었다는 거다. 비록 나는 스스로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런 생각들때문에 그런지 지금과 같이 이렇게 좀 여유로울때에 책을 좀 읽어두어야 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많은 경험이 필요한 나에게 책은, 직접 경험하기는 힘들지만 간접적으로 나마 많은 것을 보고 배울수 있는 형체 없는 스승이라고 암묵적으로 느끼고 있었던것 같다.

 

지난해 9월, 내가 정신을 슬슬 차리기 시작하면서도 이런 생각들을 한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선택한 책은 '우주의 구조'라는 책이었다. 물리학 중에서도 특히 현대물리학, 우주론, 양자역학을 좋아하는 나에게 수학적으로는 모르지만 많은 물리적 개념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이 책도 나름 재미있게 읽었는데.. 문제는 이런 책들은 지식이 될 수는 있지만 '마음의 양식'이 될수는 없었다.

이 생각은 카사형을 만나면서 더욱 커졌던 것 같다. 우리가 나눈 많은 대화 들을 통하여 난 나름대로 좀 바뀌었다고 스스로 느끼지만 아직 멀었다는 것도 또한 안다. 지금은 변화를 향한 첫 발걸음을 뗀 정도에 불과하다. 내 꿈(아주 소박하지만, 그래도 힘든건 마찬가지다)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좀 바뀐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마음 같아서는 카사형이 계속 내 옆에 있으면서 멘토를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일단 카사형을 포함한 우리 다섯이 모여있으면 재미있기도 하고 하니, 또한 공부도 되고.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반드시 있듯이 언제까지 우리가 모여있을수는 없는 노릇일 거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일이 있으니 말야. 지금은 인연이 허락하여 같은 곳에 있을 수 있지만 '영원'은 없는 법이다.

칭찬을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는 말이 있다. 칭찬의 힘은 정말 강력하다. 남에게 쉽게 호감을 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절한 비판 역시 필요한 법이다. 밑도 끝도 없이 칭찬만 해주다 보면, 상대방은 자아 도취에 빠져서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난줄 알것이다.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칭찬은 듣기 좋고 비판은 듣기 거슬린다. 당장 듣기엔 쓴 비판보다는 달콤한 칭찬이 좋다. 하지만 더욱 높은 곳을 향한 도약을 위해서는 용수철과 같이 탄성력을 축적할 변위 x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적절한 비판이다. 차라리 칭찬을 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다. 그러나 건설적인 비판을 해주는 사람은 만나기 더욱 어려운 법이다.

아....근데 써놓고 나니 이게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당;; 여기서의 결론은 난 그냥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마음의 양식이 될만한 책'을 찾고 있었다는 거다.

 

 

위드피아노에 가면 어째 요즘에는 정작 피아노를 연습하는 시간보다는 사람들이랑 웃고 떠들면서 얘기하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앞뒤가 좀 바뀐것 같긴 하지만 우리 원장님의 철학으로는

여기서 단순히 피아노만 배우기 보다는 여러사람과 같이 교류를 할 수 있는 곳으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학원이 되는걸 더 원하실거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게 홀에서 그냥 있다가 유경 누나가 집에서 가져온 책에 눈길이 가게 되었다. 그 중에서 몇권의 책에 시선이 가서 뽑아들어 앞부분을 조금 읽어보았는데...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나와 비슷하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작가가 내 마음속을 들여다본 다음에 글을 쓴것 같았다.

'사랑과 인간관계'를 주제로 한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가 쓴 책들이었다. 그중 하나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우리는 사랑일까'라는 책이다. 책의 앞부분만 잠깐 맛보았을 뿐인데,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책의 주인공의 생각과 비슷 하다는 점, 그리고 내가 가장 관심있어 하는

'사랑'에 관한 주제여서 더욱 맘에 들었다. 이정도라면 마음의 양식이 될만한것 같았다.

그리곤 유경누나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하여 이 책을 보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책속의 화자는 나의 개인적인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 정말 많아서 더욱 빠져들었던것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여기까지가 이 글의 대략적인 서론이다. 서론만 장황하게 써논것 같아 큰일이다. 나의 부족한 표현력으로 얼마나 이 책을 훌륭하게 묘사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우선 작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부터 들어가겠다. 1969년생 취리히 출신으로 여러가지 언어에 능통하며 케임브리지 대학 심리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한다. 그 의 대표작인 소설들로는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으로 '우리는 사랑일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가 키스하기 전에 하는 말들'로 그는 이 3부작을 통하여 '90년대식 스탕달'과 '닥터 러브'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일까'가 이 3부작중에 최고의 걸작이라네. 걸작 맞는것 같긴 하다 ㅋㅋㅋ.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라고 충고해보고 싶을 정도이니 말야.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씀.

 

'우리는 사랑일까'는 24살 영국에 사는 앨리스가 에릭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며 헤어지는 순간까지를 기록한 소설이다. 내가 다른 연애소설들은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함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미묘한 차이를 작가는 어렵지 않게 술술 풀어내며, 사랑이 발전해가며 드는 생각들, 그리고 어떤 문제로 인하여 사랑하던 사람들이 헤어지게 되나..라는 문제를 비유와 인용을 통해서 아주 자세하고도 쉽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이 책의 서장은 앨리스의 심리적 상태를 서술하며 시작하는데 내가 이 책에 빠지게 된 발단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정말 큰 공감을 느낀 문장 몇개를 들어가며 이야기 해 보겠다.

 

-서장

 

♥ .... 다른 사람을 향한 감정에 휩싸이고 싶었다. 선택의 여지따위가 없는, 한숨지으며 "하지만 그이와 내가 정말 어울릴까?" 하고 물을 새도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기를 바랐다. 분석이나 해석 따위가 불필요하고, 물을 필요도 없이, 상대가 자연스레 존재하는 상황을.

 

♥ 불만이 있다면 자신이 타인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뿐이었다. 만약 어느날 그녀가 지구밖으로 미끄러 떨어져도 그 빈자리를 1분 이상 생각해주는 이가 없으리라는 의심이 웅크리고 있었다.

 

내가 항상 원하던 감정이었다. 나만을이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한 감정이라는 것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내 옆에 항상 있을거라고 의문조차 들지도 않는.. 또한 슬픈 것은, 내가 만약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 가족과 내 몇몇 친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내 빈자리를 느끼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나를 항상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너무도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때에는 나 스스로 그럴만한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난 이세상에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이런 생각의 뒷편에는 난 결국 혼자라는 서글픈 고독이 있었다.

 

-현실

 

♥ "이 안쪽이 피곤해. 육체적으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 겉보기에는 흥미로운 일들을 하는데도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아..... 나랑 세상 사이에 목도리 같은게 끼어있는 기분이야.

 

♥ 그녀는 친구나 가족이 채워주지 못하는 갈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객관적으로 봤을때 아주 잘 살고 있다. 일도 잘하고 있고, 내가 공부하고 싶은 것도 하며, 취미로 하고싶은 피아노도 배우고 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고 그 중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났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뭔가가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아직은 만나지 못한 무언가 때문에 매우 허전하다는 느낌만은 지울 수 없다는 것에 크게 동감을 했다. 또한 친구나 가족이 채워주지 못한다는 것도. 아주 어렸을때부터 확실하게 이게 뭐다라고는 알지 못했지만 친구나 가족이외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유경누나와의 대화를 통해서도 공감을 한 얘기다.

 

-이야기에 대한 선망

 

♥ 당연히 앨리스는 위대한 사랑 이야기에 감탄했다. 그 이야기에 담긴 필연성과 불가피성이 부러웠다.단지 행복한 결말때문에 끌리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장면에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누구나 위대한 사랑 이야기를 접하면 감탄하지 않을까? 냉혈한이 아니라면야. 누구나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처럼, 그들처럼 멋지기도 하면서 때로는 비극적이기도 한 awesome한 로맨스를 꿈꾸지 않을까? 나도 그중의 하나이다. 고등학교때의 그 일 이후, 그리고 3년 뒤에 그일이 다시 한번 나의 발목을 붙잡으면서 이런 생각은 더욱 증폭되어 온것 같다.

그리고 지금의 문제는 모든 장면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냉소

 

♥ 앨리스는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실을 인정하기를 꺼렸다.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예전에는 혼자인 것이 농담과 가벼운 장난의 대상이었지만, 점점 말 못할 무게감이 더해졌다.

 

♥ '난 불행해'라는 생각이 '지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익한 활동'이라는 생각으로 확장되기란 얼마나 쉬운지. '아무도 날 사랑하지않아'라는 경박한 불평이 '사랑은 환상'이라는 우아한 경구로 승화되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여기에니깐 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는다. 난 17세와 20세의 기나긴 시련을 거치면서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을 더욱 키워왔다. 그래 17살때는 어쩔 수 없었다 치자. 내가 그때는 워낙 어려서 뭘 모르고... 정말 아무것도 모를 때였으니. 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고 어리다닌 핑계로 어느정도는 용서가 가능했다. 하지만 상관 없는 듯하지만 상관 있는 20세에 일어난 일. 이미 잊혀진 이야기 인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망령처럼 일어나 다시 한번 나의 발목을 잡으며 한때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이들중 하나를 잃으면서, 그리고 나의 존재마저 위태롭게 한일.

그래 이때도 난 역시 어렸다. 정말 나약하고 순진한 놈이라서 아주 간단한 것 조차 모르고 내 마음하나 제대로 다룰줄 몰라서 일어난 일이었다. 아무튼 이 두번의 시련과 2년 이라는 방황과 의미없는, 내가 이 세상에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기간동안, 나는 내 스스로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내가 원하던 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여기서 고백한다.

내가 겨우 그까짓 것에 이렇게 휘둘렸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도 가끔은 인정하기 싫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무의식 중에서도 가장 갈망하는 것은...바로 그거였다.

 

 방황의 기간동안 나는 스스로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고민들의 결론은 '결국 나는 불행해, 나는 안될거야' 였다. 나는 불행하므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몰랐다. 따라서 나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았고, 이 세상에 단 하나의 미련조차 가지지 않았었다. 내가 사랑하지 않으므로 세상의 다른 사람들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고, 나 역시 '사랑이란 환상에 불과해'라는 결론을 내린적이 있었고 그 생각은 책과 일치해서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사랑을 사랑하다

 

♥ 앨리스가 그남자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일것이다.

 

♥ 앨리스가 지금 에릭을 사랑하는 것 일리가 없다면, 그녀는 아마 사랑을 사랑한 것이다.

 

♥ 앨리스는 자신의 말에 빠져들었다.

 

글쎄 여기서 공감가는 부분이란, 아마 '사랑을 사랑한 것이다'라는 말과 '자신의 말에 빠져들었다'라는 말일 것이다. 11월 이후 나는 '몇몇'사람들에게 이런 감정을 느껴봤고, 그 중에 깨달은 것은 위와 같다. 사랑을 말하기엔 성급하지만 왠지 모르게 정감이 조금씩 들어가는, 그리고 난 내 스스로의 말에 빠져들었다. 그 원인이 바로 '사랑을 사랑해서'가 아닐까 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세탁 주기

 

♥ 건조 과정은 삶의 과정과 견줄수 있어서, 한번 왔던 것이 도리없이 다시 오면서 인생살이는 반족이고... 암시했다.

 

♥ 그녀의 자신감은 늘 확인을 받아야만 자라는, 불안전한 구조였다.... 이런 믿음은 바람이 빠지는 타이어 같아서 늘 다시 채워줘야 했고, 그게 불가능해지면 이전의 낙관이 오만한 허위로 보이는 상태로 급속히 빠져들었다.

 

♥ ...그녀는 문득 에릭에게 "나 좀 안아줘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무너질 수 있는 공간을 바랬다. 다시 마음을 수습할 때까지 누군가의 품에 조용히 안기고 싶었다.

 

여러가지 생각과 논리들의 시퀀스로 깨달은 진리중 하나는 '이 세상에 영원이란건 없다'라는 것이다. '영원'은 없다. 우리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이 되어 있지만 실제로 우리 우주엔 영원이란 것이 존재 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에도 수명이 있다. 약 50억년 후에는 적색거성이 되어 지구를 삼킬것이고 그렇게 되면 떠오르는 태양이란 없는 것이다. 영원 할것 같은 우주도 사실은 주기적인 반복중의 한 과정이라고 한다. 아직 비록 이론이기는 하지만. '영원'이란 말이 인간의 언어에 표현이 된 이유는 어떤 주기가 인간의 시점에서는 너무나도 거대하여(50억년 >> 70년)마치 그런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인간사는 어떨까? 모두다 반복의 연속이다. 슬프긴 하지만 우리는 다람쥐가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은 우리의 세상속에서 절대로 영원을 외칠 수는 없다. 좋든 싫든 우리는 그 길을 따라 가야하는 수밖에. 만남도, 인생도, 그 기타 무엇도, 다 반복의 연속이다.

 

앨리스의 성격이 나와 비슷하다는 심증 중의 하나가 바로 위에 있다. 나는 때때로 자신감이 넘치긴 하지만 그것은 누간가가 '확인'해주었을 때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기분이 좋다가도 어쩌다가 자신감이 줄어들만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나의 자신감은 콩알만큼 줄어들어 금방 시무룩 해진다. 그러다가 시간이 좀 흐른 다음에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면(아니면 누가 칭찬을 해줘서 자신감을 채워주거나) 다시 활기찬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이런 점이 나와 앨리스가 비슷하다는 이유일 것이다.

 

혼자 무너질때는 나 홀로 침대에 가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곤 한다. 어떤 이유로든 좀 깊은 좌절감을 맛봤을때, 나는 조용히 침대에 가서 울다가 잠이 들곤 한다. 그럴때마다 '무너질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수습을 하여 다시 괜찮아 지기 까지, 누군가의 품에 조용히 안겨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라도 듣는것, 혼자 있을때 그런것을 꿈꿨다.

 

 

-가치 체계

 

♥ 감정적인 벌거벗음은 남에게 자신의 약함과 모자란 부분을 드러내는 데서 시작된다....더는 거짓말하거나 허세 부리지 못하고, 뽐내거나 미사여구 뒤로 숨지 못한다.

 

♥내 필요를 고백할때는 감정적으로 벌거숭이가 된다. 당신이 없으면 헤매게 될거라고, 독립적인 사람처럼 보이려 애썼지만 꼭 그렇지도 않으며, 인생의 방향이나 의미도 모르는 형편없이 유약한 인간이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가끔 나 스스로 생각해보면 내가 매우 보잘것 없고 형편 없는 놈이라고 느껴진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럴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나를 잘 알기에, 무엇이 허세고 위선이고 가식인지를, 그것만큼은 확실히안다. 그래서 난 스스로 나에게는 다른사람들이 몹시도 필요하다고 고백한다. 이 사실을 남에게 보이기는 매우 쉽지 않다. 설령 매우 친한(나의 기준으로)사람이라도 내 모든 껍데기와 가식을 던져버리고 내 진짜 모습을 보이면 저 사람이 내가 별 볼일 없을 거라 생각하고 날 떠나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에 잠긴다. 그렇게 내 모든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나는 그 어떤 곳으로도 숨을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순수한'나를 드러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많이 필요 한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고백하지만, 만약 나에게 나의 친구들, 소중한 이들이 없다면 나는 또 방황할 것이다. 겨우겨우 그들을 통해 이제 좀 세상을 사랑하게되었고 미련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들이 없다면 또다시 방황 할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모든것이 가정이라는 것이다. 보통 이런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상대방을 안다는 것

 

♥ 앨리스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아는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그 남자의 행동은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 그 남자는 멀리서는 잘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백만개나 되는 파편으로 나뉘어 있었다.

 

내 짧은 경험으로 비추어보아, 솔찍히 잘 모르겠지만 위의 두말을 지극히 옳은것 같다.

예를들어 소미누나와의 관계를 보아도 그렇다. 나는 어쨋든 그녀를 약 4년간 알아왔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녀에 대해 아는게 많이 없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4년동안 알아온 사람도 이런데 약 4개월 정도밖에 아는게 없었던 현아라는 분은 어떨까.

이럴때 보면 나는 대체 그시간동안 뭐했나 라는 생각이 든다. 뭐 소미누나는 변덕이 좀 심하긴 하지만 말야... 난 대체 아는게 뭐지?

 

 

-사랑의 영속성

 

♥ 사랑의 영속성 - 상대가 당장 관심의 징표나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사랑이 지속되리라는 믿음. 침묵은 단순한 침묵일뿐 종말을 암시하는게 아니라는 믿음.

 

♥ "내가 뭘 어쨌기에?" 평소에는 멀쩡한 사람도 사랑을 하면 편집증에 걸리고 별별 최악의 생각을 다한다.

 

♥ 그런데 아무리 이성을 찾고 성숙해지려 노력해도, 나는 조금씩 미쳐가...

 

어디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뇌가 약간 미쳤다는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한다. 생명체는 궁극적으로 자신을 위한 것에 모든 것을 투자 하기 마련인데 일단 사랑에 빠지면 자신보다는 연인을 위하게 된다. 이게 우리의 뇌가 약간 미쳤다는 상태가 아닐까?

 3년전, 나는 내가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면 항상 노심초사했다. '답장이 오지 않을까봐'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땐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그녀의 답장은 올때도 있고, 아닐때도 있고, 완전 뒤죽박죽이었다. 그래서 내가 더욱 미쳐가고 편집증에 걸리며 별별 생각을 다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권력과 007

 

♥ 사랑에서는 권력이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능력으로 간주된다.

 

♥ 스탕달은, 애인 사이에서는 언제나 한쪽이 상대방을 더 사랑하며, 그래서 두사람 관계의 권력이 인지되기 마련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글쎄 이 분야에 대해서는 꼭 설명을 안해줘도 다들 어느정도 알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연애를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어쪽이 저쪽을 혹은 저쪽이 이쪽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고 다들 알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는 사랑에 있어서의 권력에 대한 정의가 인상 깊었다.

 

 

-신성한 관계

 

♥ 신성한 사랑의 특성은 숭배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신처럼 행동하는 것이 그 시발점이다.

어떻게? 심술궃고 종잡을수 없이.

 

♥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다. 마음이 열려있고, 명쾌하고, 예측가능하고 시간을 잘 지키는 애인보다는 힘들게 하는 애인이 더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은 일명 '나쁜남자'가 '착한남자'보다 더 매력이있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보통 여자들은 나쁜남자를 더 좋아한다. 안타까운 이유는 나는 내 성격상 절대로 나쁜남자는 되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다. 내가 나쁜남자라면 이 책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읽지도 않았을것이다. 내 희망은.... 그레이스나 헬렌같은 착한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거나,

유경누나나 클레오처럼 나만의 매력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애써서 나쁜남자가 되어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쁜남자는 나쁜남자의 매력이 있지만

나도 내 나름 대로의 매력이 있거든. 그걸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지.

 

 

-왜 사랑받는가?

 

♥ 특정한 기준이 제시 되었을때에만 그녀는 사랑을 고백해 오는 사람이 진짜 자신을 사랑한다고 인정할 수 있었다.

 

1. 육체 때문에 사랑 받는것

 ♥ 그녀는 에릭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길 원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남자가 자신의 견체 있는 이유가 육체적인 매력이 아니기를 바랬다.

 

2. 돈 때문에 사랑받는 것

 

3. 이루어놓은 일 때문에 사랑받는 것.

 

4. 나약함 때문에 사랑 받는 것.

 

5. 세세한 면 때문에 사랑 받는 것.

 

6. 불안감 때문에 사랑 받는 것.

 

7. 두뇌 때문에 사랑 받는 것.

 

8. 존재 때문에 사랑 받는 것.

 ♥ 그녀에게는 순수한 의식, 순수한 자신, 존재한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남았다.

 

 

이 챕터에는 인용할 어구들이 참 많아서 아주 중요한 것들만 추려 보았다. 위와 같이 어떤 사람이 사랑 받을 이유는 다양하다. 주로는 1번 2번일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나와 앨리스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바로 맨 마지막이다. 시간이 흐르고 운이 나쁘면 앨리스는 아마도 위의 것들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테지만 그래도 그녀 자신은 남을뿐이었다. 앨리스와 나는 그런 사람을 원하고 있었다.

 

 

-중간 정리

이상이 이 책의 약 중반부까지의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앨리스와 에릭의 사이가 점점 좋아지는 과정을 주로 묘사했지만, 어떤 부분에서 보면 앨리스는 그들 사이에 내재되어 있는 불협화음을 감지한다. 그리고 그것을 조금씩 두려워 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서 어떤 계기를 만들어 보려고 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갈등은 이제 조금씩 조금씩 표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 3편에서 계속

김이슬
2011-03-03 11:23:37

비밀 댓글.
HAPPY
2012-02-14 17:11:16

비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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