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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4(월) 역시 우리또래엔...

솔찍히 말해서 그아이에 대해서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던것이 사실이다.

그레이스와 친해진것은 카사형을 통해서 친해진 것이지 우리 둘이 직접 만나서 친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에 나는 그녀에게서 왠지 나와는 그리 잘 맞지 않을것

같다는 첫인상을 받았고 그것은 조금씩 어울리면서 서로에 대해서 잘 알아갈때도

역시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조금'친한 학원에서 만난 동생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수업이 끝나고 랩을 듣기 전에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러 갔다. 랩실에서 그아이도

구두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따라왔다. 그때엔 뭐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나는 정수기에서 물을 마셨고 그 아이는 화장실에 들어가는 척 하더니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할 말'이 있다고. 응? 얘가 나한테 고백이라도 하려나?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아보였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뭐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이 아이도 힘들게

꺼낸 말인것 같았으니깐.

빈 방 아무곳에 들어가서 자리잡고 그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처음 들었을때는 좀 쌩뚱맞은 얘기였다. 활발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약간 독기까지

있어보이는 아이였는데 이 아이도 나름 상처를 많이 받고 있는듯했다. 카사 형도 역시

단점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니깐. 나도 그런데 뭘. 자신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 대해서

최대한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사람이다 보니깐 누구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이 아이는 평소에 자신이 비춘 모습에 대해서

약간 걱정하는 투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Why?다. 비춰지는 모습이

걱정되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나왔다. 아니 어쩌면 눈치가 좀 빠르다면 알아 챘을 수도.

지금의 대화를 통해서 거의 모든 퍼즐이 완성되었다.

지난주 금요일 베스퍼 후의 뒷풀이에서 내가 클레오와 친해진 과정을 말하게 됐는데,

이상하게 듣는 이 아이의 표정이 무언가에 심히 골몰해 있는 모습이었다.

이거는 대체 얘가 왜이러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게 사실이다.

보통 금요일 베스퍼와 토요일 클럽에 원래 오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데 이번 텀부터

아주 '착실히'나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나와 카사 형때문에 나온다는 것은 뭔가가 이상했다.

그때 아주 살짝 얘가 뭔가 있구나 라고 느꼈던것 같다.

오늘 컨버세이션 시간에도 뭔가 이상했다. 활발하던 아이가 갑자기 움츠러들더니

내가 수줍어하는 것보다 더 수줍음을 느끼는듯 했다. 그저 몸이 안좋다는 핑계는

약간 이상하게 들리기 까지 했다. 이런애가 아니였거든.

그리고 오늘의 대화로 거의 모든것의 조각이 한군데로 모여 완성되었다.

 

지난 텀 초반에, 이셀라를 처음 만났을때, 내가 이 일기장에 썼듯이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공감이 갔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힘든 선택을 한 것일것이다.

뭐 자기가 선택한 것이긴 하지만. 잘 되었으면 생각이다. 잘 풀리진 않을거란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아무래도 공감대가 형성된 까닭인지 우리는 꽤 즐겁게 얘기를 한것 같다.

약 40분정도 대화를 한것 같은데 정말 빨리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아이도 나에게 비밀을 털어놓은 만큼 나도 아직 기회가 오지 않아서

우리반에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이야기를 말했다.

난 지난 텀에 그레이스네 반에 관심이 꽤 많았다고, 그냥 무표정한척 있었지만

실은 귀를 쫑끗 세우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음을 털어놓았다.

카사 형 앞에서는 도저히 말을 꺼낼수가 없겠더라. 아무래도 니킥이 작렬할것 같았다.

그래서 이 아이도 나에게 말을 꺼낸게 아닌가 싶다.

콜린형..-_-이 잘 들어줄것 같지가 않다, 내가 생각해도. 카사형은 더욱 그렇고

내가 좀 말을 들어줄것 같이 생겼나?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런데 말야, 내가 30살이고 여자가 23살이라고 했을때,

내가 여자를 볼때 정말 애기같다고 느껴질것이다. 나도 그런데...

여자가 서른이고 내가 23이면 여자가 나를 남자로 볼까? 나같아도 대답은

절대 'No'다. 솔찍히 뻔한 얘기다. 누구나 안될거란걸 예상하지만

나도 그 아이에게 나만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더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시간인데다 참 타이밍이 안좋은게-_-

이디야라도 가서 커피나 마시며 더 얘기 하고 싶었는데 내가 갖고 있는 돈이

수중에 한푼도 없었다. 아 뭐 이런일이 있나.... 쪽팔리게

우리는 그렇게 즐겁게 얘기하고 헤어졌다.

 

정말 좋은 말상대를 얻은것 같다. 지금의 상황에서 가슴속에 있었던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상대가 나밖에 없긴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 아이에게도 힘든 용기라고 본다. 나는 그런 용기를 높게 사고 싶다.

그리고 이 계기를 통해서 그 아이와 더욱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정말 좋은 친구를 얻은

일 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어쩌면 카사형보다도 더 친해져야할 사람은 그레이스라고 생각한다. 카사 형은 이번텀이

끝나면 4랩으로 돌아간다고 했으니, 이번 텀이 끝나고 6레벨로 올라가서 남는것은

나와 그레이스니 우리는 더욱 친해질 필요가 있다. 사람 일이란게 어떻게 될지 모르긴

하지만 말야. 좋은 친구니 내가 앞으로 연애 상담이 필요할때 좋은 도우미가 될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제목에는 '역시 우리또래엔...' 이라고 써놨지만 이게 대체 무슨상관이야? 그치?

내 요지는 이렇다. 카사형이라는 좋은 인생의 선배로부터 앞으로 어떻게 살아 나가야하는지,

어떻게 단점을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 심도 있는 토론을 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젊은 우리 또래에는 남자에게는 여자얘기, 여자에게는 남자얘기를 빼놓을수가

없다는 말이다!!! 뭔 초식녀 초식남도 아니고 말야 그치?

뭐니뭐니해도 이성에대한 얘기가 제일 통하기도, 말하기도 쉽지.

지금까지 이 학원에서 남자가 아닌 여자 중에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이는

'세라'와 '그레이스'양 이 둘이다.

어찌되었든 이 둘과 친해진 원인을 살펴보면 '이성에 관한 얘기를 하다보니 재미있어서'

로 요약될수 있다. 그레이스 양과 '더욱'친해지게 된 것은 위의 내용과 같다.

세라양...은 그 분이 처음에 나에대해 가진 이미지는 역시 상당히 차갑다는 이미지였으나

어떻게 대화하다보니 여자얘기 남자얘기쪽으로 흘러가다니 막 웃다보니 나중엔

친해지고 나에대한 인상도 변하게 되었다.

그리고 보통 이런얘기를 한다는 뜻은 서로 상당히 친밀감을 나타낸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더 친해지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면 여자만나고 남자만나러 다니는 것은 그저 젊었을때의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나라를 이끌어갈 새로운 세대의 탄생은 누가 만드는가? 바로 가정에서 한 부부가

사랑을 함으로써 생기는 아이로부터 나온다. 그럼 결혼은 괜히하나? 연애를 해봐야

결혼을 하던 말던 할거아냐. 어떤남자가 좋은지 어떤 여자가 좋은지 잘 알아야

나중에 이혼안하고 잘살겠지. 이혼하면 새나라의 어린이가 바로 크겠어?

그러면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다.

'남자만나러 다니는 것도, 여자만나러 다니는 것도 이 나라를 유지시킬 필수 조건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법이다.

물론 생각 없이 연애만 몰두하는 인간들도 있지만 그건 소수라고 본다.

각자 생각이 있고 비전이 있는 상태에서 서로를 존중할수 있는 사랑을 배우면

그건 곧 애국하는 일인것이다!!

 

진짜 오랜만에 길게썼다. 오랜만에 쓰는, 그리고 오랜만에 정말 길게쓰는 일기당.

요 며칠간 일기쓸만한 주제를 추스리고 있는 중이다. 원래 오늘 이것 말고도

쓸일이 하나 더있는데 그건 시간이 없어서 아직 못쓰겠고....

아, 얼른 전산실 일이 빨리 끝나야 원활하게 일기를 쓸텐데 ㅠㅠ

일좀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클레오를 만나면 얘기할 만한 일이 또 생긴것 같다.

정말 기대돼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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