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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LY

출근하러 뚜벅뚜벅 걸어가던 도중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사랑이란게 과연 무엇 일까, 난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을까? 혹은 그럴수 있을까? 꼭 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그럴것 같아서. 스스로 생각하기에 남자다운 매력하고는 영 거리가 먼데, 그리고 막 그렇게 유머 감각이 좋은 것도 아니고 표현력도 떨어져, 순발력, 재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터프 하게 운동을 잘하거나, 활동력, 생활력도 안좋아.... 소심한 모습도 보여주고

 

 지금까지 여러군데 다니면서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았을지는 나로서는 모르지만 내가 솔찍하게 이곳 같은 일기장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나를 거울에 비추어 본다면 내가 보는 나의 모습은 위에서 나열한 바와 같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한다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는 스스로의 자화상은 저렇다. 가끔은 나조차도 나 자신을 모른다고 평가하지만 저런 단점 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은 이상하게도 더욱 두드러지게 보인다. 장점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은 거울로는 잘 안보인다. 다른 사람들을 통하여만 볼 수 있고 그 사람들은 꼭 그 모습을 비추어 주는 법도 없어서 더더욱 모른다. 그래서 내가 보는 내 모습은 위와 같다.

 

 다른이들은 아마 모를거다. 내 모습이 저렇다는 것을. 지금은 그래도 옛날보다는 바뀌었지만, 내가 나를 위와 같이 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랄까. 따지고 들자면 이것은 회의주의의 부산물이다. 남들이나 어떤 일, 현상을 볼때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내 자신에게 돌리는 칼날도 역시 똑같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은,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보다 훨씬 더 까다롭다.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은 더욱 엄격하게 보게 되더라.

 

자, 위에서 보는 나의 모습은 저렇다. 여기서 드는 생각은, 내가 만약 여자 라고 가정 했을 경우, 내 남자의 깊은 속마음 까지 들어갔다가 저런 것을 발견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가 나의 의문이다. 과연 좋아 할 수 있을까.

위와 같은 스스로의 평가는 내가 여자였다면 정말 싫어할 만한 것들의 총 집합체이다. 남자로서의 매력이 전혀 느껴 지지 않는, 그럴 만한 것들인데, 스스로의 평가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어떨까. 안봐도 뻔하다. 그게 특히 나와 매우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말이다.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나를 과연 누가 좋아 할 수 있을까? 혹은 사랑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있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을 만날때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스스로 평가하는 방법이 바로 "가면 이론" 이라는 것이다. 어느정도의 가면을 쓰고 있다는 거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가면 이라는 것은 몇년 전에 쓰던 가면이란 용어와는 약간 다르다. 지금의 가면은 그때 처럼 그렇게 고통스럽다거나 완전히 가식적이지는 않다. 이 가면은 어느정도 이미 나와 동화가 되어 신체의 일부가 되어 버려서 쓰고 있는 것이 예전처럼 죽을만큼 고통스럽거나 답답해서 미칠것 같지는 않다.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조금더 잘 포장해서 보여준다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될거다. 아하, 방금 떠올랐는데 정확히는 가면이라기 보다는 "화장"이라는 개념에 더 가깝다. 화장은, 성형수술 처럼 나의 뼈대 부터 바꾸어 버리는 것이 아니고, 나의 개성은 유지하면서 남들에게 좀더 잘 보일 필요가 있을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를 조금 더 꾸미는 것이지. 그러니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을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실제로는 예쁘지 않지만, 화장미인이 화장이 지워질까봐 걱정하는 것"

 

대략 이런 것이 가장 적절 하지 않을까 한다. 다들 알다시피 화장은 언젠가는 지워지기 마련이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아니라는 거지. 오래 있다보면 언젠가는 쌩얼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리고 숨도 못쉬게 하는 콧구멍이 뚫려있지 않은 가면보다는 훨씬 더 편리하긴 하지만 여전히 미약하나마 최대한 자연스러운 것 까지는 아니겠지. 그래 이런 비유가 가장 적절 할 것 같다.

 

 

 

어제 늦은 밤 무렵부터 급 우울모드 였다. 하나의 이유는 위와 같은 것,

또 하나는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보는 것, 즉 회의적인 입장을 한번씩은 취해보는 나의 사고 방식때문이다. 스스로도 의심을 하는데 무언들 못할까? 아 물론 우리 부모님과 동생은 제외로 치고, 한번씩은 진실된 관계인지 아닌지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고 외부적으로 그런 의심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마음속으로만, 한번씩 질문을 던져보는 거지.

"이 사람은 믿을만하고 신뢰가 가는 사람인가?" 하면서.

 

그런데 가끔 이런 질문은 스스로를 난처하게 만든다. 어제 밤에 우울모드가 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 잘 될 수 있을까? 혹은, 지금까지 나 또혼자 그냥 착각 하고 있는 거 아닐까?  

 또 하나 나 자신이 나를 생각하는 것에 대한 것까지 겹치자, 모든 것이

- 그냥 모두 - 허무하게 느껴졌다. 나 혼자만 이러고 있는것 같아서. 또 그냥 설레발치고 있는것 같아서. 게다가 내가 생각하는 나가 별로 사랑받을 만한 캐릭터가 아니라고도 생각하니 더 급우울. 그래서 오늘 아침에 걸어오면서까지 계속 생각하면서 왔다. 난 별로 사랑받을만 하지 않다고, 연극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니, 그렇게 생각하니 슬펐다. 허무했다. 지금 하고 있는것도 다 부질없는 일 같아서

 

 

난 정말 남자다운 면은 없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액티브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몸을 써서 하는 일들은 싫어하는 편이다.

운동할래? 책볼래? 택하라면 보통은 후자를 택할 거다. 소심하기도 하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과감하지 못하고 남자에게 어느정도 필요한 확실하게 리드할 수 있는 법이 떨어진달까? 재치, 순발력, 유머 감각이 떨어진다는 건 별로 설명할게 없을 것 같고, 오히려 serious 한 스타일에 가깝다.

 또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면 2011년도 이전의 일은 다른 이들에게는 말은 안하지만 내게는 매우 컴플렉스로 남아있다. 그렇다고 극히 꺼리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들에게는 알리고 싶지가 않다. 그땐 정말 한게 아무것도 없고 몸만 큰 어린애라서 지금 생각해도 참 한심하다.

 게다가 남자라면 아마 이렇게 자신에 대하여 불평하는 일기를 쓰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더 높을 것다. 남자들은 보통 이런거 안하지. 그 시간에 오히려 다른 여자들 꼬시고 있을 확률이 더 높음. 성격도 좀 유한 스타일이라 딱 부러지는 매력은 없음. 이 외에도 스스로 안 좋게 보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난 연애상대로써의 나를 안좋게 평가하지. 내가 여자라면 이런 남자 안 만날거라고. 여튼 내가 이런걸 걱정하는 이유는, "화장"으로 가리고 있던 것들이 벗겨지면 그래도 나를 나로써 받아주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거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는 해봤지만 내가 이렇게 사랑받은 적은 없는 것 같아서. 내겐 영 의문이다. 없을 것 같고, 그 과정까지 이끌어 나갈수도 없을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것도 영 의문투성이 이고, 아직 시작도 안하긴 했지만. 안될 경우도 대비 해야겠다.

 

 어떻게 보면 혼자인게 가장 마음이 편하다. 굳이 신경 쓸 사람 없고 방해 받지도 않을테고, 돈도 많이 안들고. 좀 외롭기도 하고 본능에 거스른 다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24살까지 제대로 된 연애한번 못해보고 뭐했나? 이제 복학한다면 시간은 더더욱 빨라지고 기회는 더더욱 없을텐데. 몇년 더 기다려서 아예 소개팅 할 때를 바라봐야하나..?

HAPPY
2012-03-17 21:12:57

비밀 댓글.
비버
2012-03-20 19:49:19

비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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